사도화되어 감금된 밀레시안과 그런 밀레시안의 상태를 확인하는 톨비쉬
톨비밀레로 느껴질 만한 상황이 포함되어있으니 참고해주세요
미로는 무언가를 봉인하거나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다. 검과 방패를 든 채 나아가는 기사는 부디 이 미로가 안에 갇힌 존재를 수호해주었으면 하고 몇 번이고 기도했다. 하지만 잘 알고 있기도 했다. 그가 지금처럼 이 미로의 길을 주파하여 가장 깊은 곳으로 몇 번이고 들어가는 것은 상처 입히기 위함이었다. 그게 지키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고 할지라도.
파훼법을 아는 함정을 일시적으로 해체하고 복잡하게 꼬인 길을 외운 대로 나아가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정기적으로 찾아오고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는 것은 할 만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무겁게 닫힌 철문에는 열쇠가 들어갈 구멍도 비집어 열 틈새 하나도 없이 영문을 알기 힘든 문자와 그림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누구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는 듯한 문 위에 그는 손을 가져다 대었다. 보통 신성력으로는 열 수 없는 문이었다. 이렇게 여기에 서서 개문을 위한 집중을 할 때마다 그는 이 문 안에 스스로를 무너뜨리듯 박아넣었던 사람을 간절히 생각했다.
……말아요, 톨비쉬.
그 때의 그녀가 무어라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톨비쉬는 들을 수 없었다.
위험해보이는 소리를 내며 문이 힘겹게 열렸다. 기력을 소모한 톨비쉬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안으로 발을 들였다. 썩는 냄새가 전보다 더 지독해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저벅저벅 걸어들어간 방 안에는 이제 들어오는 빛도 없이 완전한 암흑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톨비쉬는 비치되어있던 등잔의 심지에 불을 당겼다. 희미하고도 유난히 밝아보이는 빛이 내부를 비추고서야, 톨비쉬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
까맣게 썩어버린 핏자국 위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빛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향한 모양이었다. 등잔을 든 톨비쉬는 평상심을 유지하며 인사를 건넸다.
"또 만나는군요, 스칼레타씨."
"벌써…… 그렇, 게…… 됐나봐요……."
힘없는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에도 변함은 없었다. 톨비쉬가 한 발짝 다가자 몇 겹으로 합금이 둘러진 기둥 위의 구속구가 빛을 반사했다. 단단히 붙잡힌 손목 아래로 빛이 흘러내려가자 한때는 곱게 단장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 흔적만 일부 남아있는 머리카락이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등잔을 핏자국이 없는 바닥에 내려놓은 톨비쉬가 뺨 위로 손을 가져가 얼굴이 보이도록 머리를 쓸어울려주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은 그제야 톨비쉬와 눈을 마주치고, 억지 같은 웃음을 또 지었다.
"정말 톨비쉬네요……."
"가짜 저라도 있나보군요."
"눈을 감으면…… 가끔, 보여서. 하긴…… 여긴 어두우, 니…… 까, 가끔은 눈을 뜨고 있어도…… 그런 게 보일 때가, 있어요."
어떻게 그리 인기척이 없었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가 입을 열자 가쁜 숨소리가 말에 계속 섞였다. 영롱한 빛을 잃은 지 오래 된 눈동자가 이런 어둠 속에 오래 갇혀있어도 톨비쉬를 볼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몸이 정상이 아닌 탓이었다.
"잠시 상태를 보겠습니다."
톨비쉬가 다시 등잔을 들었다. 기름의 상태가 좋지 않은지 불은 여전히 그리 밝지 않았다. 바닥부터 차례로 드러난 윤곽은 톨비쉬가 기억하는 것과 같으면서도 조금 더 처참해져 있었다. 앉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다행일 정도였다. 몸을 뒤틀 수도 몸부림 칠 수도 없이, 기둥과 바닥에 몇 겹으로 연결된 봉인의 사슬이 발목을 휘감은 채였으며 두 팔은 결코 내리거나 움직일 수 없게 양쪽으로 나뉘어 결박되어 있었다. 물론 이쪽에도 힘을 억누르기 위한 봉인의 말이 가득 담겨있다.
이렇게 하고도 부족해서 미로를 만들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톨비쉬는 여기에 와야만 했다. 눈을 돌리고 싶지만 돌려서는 안 된다.
사슬 위의 옷은 거의 넝마였다. 도저히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맨살이 이곳저곳 보이고, 보통 흉터라고 볼 수 없는 괴이한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옷을 뚫고 자라났던 것을 전부 없앴던 뒤에 덮을 것이라도 주고 싶어했던 톨비쉬를 말렸던 것은 그녀 본인이었다.
"어차피 또, 그럴 테니까요."
그 날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가장 담담한 것은 어째서 당사자일까, 하고 톨비쉬는 무력해지고 말았다.
실로 재앙이라고 할 만한 날이었다. 너무 많은 힘을, 많은 짐을, 많은 사명을 안아버린 어느 밀레시안의 안에서 폭탄이 터져버린 날 톨비쉬는 자신이 진작 눈치채고 그 몸에서 힘을 억지로라도 꺼내야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톨비쉬의 탓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정체도 알지 못하는 신을 섬기는 무도한 자들은 정련된 기사가 아닌 무례하고 난폭한 사도를 만들어냈다. 그 무엇이라도 더럽혀 가져가버릴 수 있다는 듯이.
많은 인간이 무덤에 묻힐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날뛰려는 무언가를 막아낸 것은 오히려 본인의 의지였다.
나를 어서, 어서, 그렇게 말하던 눈동자가 점점 빛을 잃어가던 모습을 톨비쉬는 기억했다. 그렇게 생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몸과 옷에 침식된 부분을 전부 잘라내고 봉인에 묶었다. 그녀를 가두어둘 곳이 정해지고 처음엔 방을 만들었다. 이 방에 처음 찾아올 때에는 이 정도로 깊은 미로는 없었다. 올 때마다 피해야하는 함정은 점점 늘었다. 톨비쉬의 몇 번이고 동일한 보고 때문이었다.
사도가 되어가는 밀레시안에게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오늘은 다리가 깨끗했다. 아마 저번에 찾아왔을 때는 다리 뒤편으로 자라난 줄기인지 지지대인지 모를 것을 잘라내자 피가 바닥에 고일 만큼 떨어졌었다. 그 자리는 이제 의외로 말끔하게 덮혀있었다.
조명이 조금 위를 비추었다. 속옷까지 보일 만큼 엉망진창인 위로 가녀린 팔에 마치 자해한 것 같은 흔적들이 있었다. 아마 스스로의 몸부림을 참지 못하고 팔이라도 물어뜯은 흔적 같았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기만 하다. 톨비쉬가 처음 만났던 그녀는 반짝거리는 생기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것처럼, 사람의 말과 부탁을 들어주는 걸 좋아하는 순진무구한 소녀의 모습을 지닌 밀레시안.
팔다리에는 누군가 뜯어냈거나 베어낸 흔적이 가득하고 입술은 바싹 말라 부르텄으며 몸에는 침식되어가는 자국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떠도 이전의 생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차례대로 확인한 톨비쉬가 불빛을 등쪽으로 가져갔을 때, 아무리 노련한 성기사라도 조금은 동요할 만한 광경을 보고 말았다.
신의 힘을 몸에 깃들게 할 수 있는 밀레시안에게는 떼어낼 수 없는 흰 날개가 있었다. 빛무리로 만들어진 깃털이 팔랑이며 떨어지곤 하던 날개는 이제 광택도 신비함도 존재하지 않은 채 반쯤 잘려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이곳에 스스로를 집어넣으려고 하던 날 날아가지 못하게 자해했던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날개의 뿌리에서, 지독하게 스멀스멀 기어나온 가시가 등과 날개를 침범했다. 톨비쉬가 흔히 보았던 괴물들의 일부를 잘라다 이식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 내 눈엔 보이지 않으…… 니까. 어…… 때요?"
"꽤 심하군요."
톨비쉬는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또 몸 전체가 침식당해서 봉인을 깨려고 할 터였다.
그녀를 이곳에 처음 두었던 때에는 그정도까지 해야한다고 생각할 만한 틈도 없었다. 가장 강력한 봉인마저 침식당해가는 밀레시안이 뒤흔들기 시작하자 그 사도를 가장 먼저 베어낸 것은 톨비쉬였다. 그 뒤로 쭉 그가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자르거나 태우거나 신성력으로 무력화시켰다. 비밀을 지킬 입도, 봉인된 것을 제압할 힘도 있어야 하니 톨비쉬가 적임이기는 했다.
그렇게 그녀가 보는 빛은 오직 톨비쉬가 가져오는 것뿐이 되었다.
톨비쉬가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그녀가 말한 적이 있었다.
"몸이 산 채로, 상해버린…… 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스칼레타씨."
"조금씩, 안…… 부터, 썩어들어가는 것 같아……."
지금도, 등 뒤 어딘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그 밀레시안을 죽여가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 죽이지 않고 봉인한 채 관리하는 것은 밀레시안이 그렇게 바랐기 때문이었다. 소울 스트림에서 새 육체를 얻는 영혼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모른다면, 죽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다고. 어쩌면 사도화가 된 상태에서 살아나 기사들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날뛰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결코 죽이지 않고 이렇게 조금씩 그녀를 깎아내기만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잔인한 희망을 품은 채로.
따지자면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자를 가두고 끝없이 고통만을 주고 있는 셈이었다. 인간적인 연민은 톨비쉬의 내면에 남아있었고 무심코 묻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이대로 괜찮느냐고, 그러자 그녀는 이상하게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쩔 수 없는 거라면, 괜찮으니까요."
톨비쉬의 의도와는 한참 동떨어진 말이었다. 그게 아닙니다, 라고 잘라버리지도 못한다. 견뎌내는 쪽은 오히려 가장 고통스러울 밀레시안이었고, 지켜보는 자는 스스로의 무력함을 견뎌내지 못할 듯이 괴로웠다.
약조한 대로 마지막까지 곁에 있으려 노력하는 것만이 전부였기에, 톨비쉬는 이 역할을 누구에게도 줄 수 없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죽음이 끝이었던 적이 없는 자는 차라리 죽음과 부활을 바랄 수 있었다. 검을 들어올리며 톨비쉬는 또다시 기억해냈다. 어둠 속에서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던 그녀의 목소리를.
아직 심장이 뛰고 있네, 이정도로 힘들고 아프면 눈을 감았는데…… 그러면 나오가 내게 두 팔을 내밀어서 일으켜 세워줬어…….
그 날도 톨비쉬는 그녀의 몸을 잘라냈다. 양 팔을 묶은 구속을 풀려는 듯이 팔의 피부를 뒤덮은 정체불명의 껍데기를 도려내면서, 제정신이 아닌 그녀가 하는 말을 전부 흘려들었다. 여기까지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썩어가는 몸뚱아리 끝자락에 예리한 검날을 대자 그녀가 안도의 한숨 같은 것을 내쉬었다. 감각이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뜻이었다.
"차가워……."
"아플 겁니다."
그렇게 되면 뜨거워질 것이다. 베어내고 뜯어버린 부분이 통각을 타오르게 하고 살아있다는 뼈아픈 실감만이 남겠지. 몇 번이고 했던 일이면서도 톨비쉬는 그 당연한 사실을 매번 말해주었다.
아프면 비명을 질러도 되는데, 그러기는 싫은지 언제나 그녀는 입술 사이로 낮은 신음만을 흘리곤 했다. 검의 끝이 돋아난 가시의 끝을 파고들자 구속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요동쳤다. 등 뒤에 있으니 어차피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을 리도 없었다. 톨비쉬가 가시 하나를 떼어낼 때마다 신음이 점점 커졌다. 오늘은 유독 끔찍한 작업이었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쪽이 차라리 조금이라도 편하다고 돌려 말할 수 있건만.
이번에도 견디지 못하는 쪽은 그녀가 아니다. 무장을 일부 해제한 톨비쉬는 검을 들지 않은 팔을 어깨 너머로 그녀에게 내밀었다. 시야가 흐린 그녀가 반쯤 고개를 돌려 톨비쉬를 보았다.
"톨비쉬……?"
"스스로의 팔을 물어뜯으시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고통으로 깨어난 정신으로 간신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그녀가 톨비쉬의 팔에 입을 맞추듯이 얼굴을 기댔다.
"이거면, 돼요……."
"……."
머리 하나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울 줄이야, 그가 다시 검을 들었다. 피인지 모를 체액 같은 것이 검이 견디지 못할 만큼 묻어나오면 털어내고, 다시 천천히 가시가 붙은 살점을 도려낸다. 보통 상처 같지도 않은 것들이 서서히 아물어가는 과정에도 이미 두 사람 모두 익숙했다. 신음을 낼 기력조차 없이 쉰 목소리가 잦아들었을 때에는 전부 끝나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수십 개의 가시를 모아 가벼운 마법으로 불태우고 나자 등잔에 기름이 거의 떨어졌는지 사물의 윤곽이 많이 흐려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비추는 것이 고작인 빛이어서 다행일 정도였다. 톨비쉬가 등을 침범한 가시를 모두 떼어내고 나자 이젠 몸을 가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줄 옷 한 조각조차 거의 남지 않은 채였다.
"다음에는, 몸을 돌봐드릴 것을 가져와야겠군요."
"다음……."
다음이란 것이 있구나, 무겁게 돌아서서 문을 닫고 나가는 톨비쉬를 보며 그녀가 계속 했던 생각이었다.
"제가 스칼레타씨의 몸에…… 손을 대어도 괜찮다면요."
이미 수없이 손을 대고 찢어내기까지 했지만 그 뜻이 아니라, 진정으로 당신의 몸에 손을 가져가도 괜찮느냐고.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이 웃으려고 했다.
"괜찮…… 아요, 톨비쉬……."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포장하면서, 구속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다시 뵙겠습니다."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야기하려고 애써본 적도 언젠가는 있었지만, 끝이 매번 같았기 때문이었다. 좋은 이야기나, 즐거운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녀의 몸이 변할 징조가 보이기만 하면 서로에겐 해야할 일밖에 남지 않게 되었으므로.
오늘은 유달리 더 힘들었으니 그녀에게도 아마 대화를 할 기력도 없으리라. 작별 인사를 한 톨비쉬가 검을 갈무리하고 등에 방패를 매었다. 머리카락이 다시 흘러내리려는 얼굴 아래 녹색 눈동자가 잃어버린 빛을 갈구하는 것을 보며, 톨비쉬는 아주 천천히 뒤돌아섰다.
이 때가 되면, 숨이 끊어져가는 사람처럼 그녀가 말하곤 한다. 톨비쉬가 맨 처음에는 듣지 못했던 그 말을.
"……나를."
이 때가 되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말이 매번 심장을 찌르듯이 떠올라버리고 만다.
이 고통이 끝나지 않을 거라면, 사실은 이 어둠 속에서 수없이 바랐을 거예요. 몇 번이고 당신과 내가 이 곳에서 만나 아픔을 나누어야 한다면, 차라리 그 검으로 내 심장을 찔러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요, 나의 마지막이 그 자리가 될 수 있다면.
허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이 몸에 저주받은 힘을 가두고 묶인 채로 있기에, 그 검으로 결코 내 심장을 찌를 수 없다면.
"돌아보지 말아요……."
죽어도 죽을 수 없이 이 자리에 있으니, 오직 당신이 가져오는 빛만을 기다리면서. 가버리면서 그가 돌아볼 때마다, 그가 가버린 뒤의 더욱 이 어둠이 진득히 달라붙어 놓아주지 않으니.
전설 속의 금기를 지키는 것처럼, 그대로 앞으로만 가주세요.
그렇게 전하고픈 눈은 이미 밀려드는 새까만 고독에 가려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더 이상 톨비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세상과 이곳을 나누는 문을 닫기 전 그가 이 끔찍한 어둠을 단 한번 돌아보았다는 것을, 그녀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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